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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 듣다, 걷다 ❶: 이론


먹다, 듣다, 걷다 

“먹다, 듣다, 걷다.” 얼마 전에 지혜의 근원이신 하나님께로 떠난 이어령 선생님의 유작입니다. 말이 필요 없는 석학입니다. 한창 글쓰기를 할 즈음 글 선생님을 찾다가 만난 분이 이어령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쓰고 설교했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글과 말의 맛을 더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선생님이 위기에 처한 한국 교회를 진단하며 나아갈 방향을 3가지 동사로 이야기한 겁니다. 신이신 예수님이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보여 주신 삶 이자, 우리 교회가 살아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위기에 처한 한국 교회를 향해 예수님처럼 함께 “먹으라”고 다독입니다. 예수님은 가나안 혼인 잔치에 참여하여 그가 오신 이유를 설명하시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먹고, 공생애의 절정에서 제자들을 위해 최후의 만찬을 베푸십니다. 예수님은 함께 먹으며 하나가 된 겁니다. 예수님처럼 함께 먹으라는 선생님의 격려는 혼밥 문화가 자리를 잡은 시대에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고립되는 한국 교회를 향한 생명의 양식입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먹은 후에 해야 할 일을 전합니다. 듣는 것입니다. 먹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는 “빵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빵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이 있습니다. 사탄은 사람들에게 빵만 안겨주면 다 만족할 줄로 압니다. 하지만 빵은 기본일 뿐이고,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듣는 것이 생명의 양식입니다” 라고 따스하게 들려줍니다. (P. 86) 그는 하나님의 나라는 들음의 세계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마리아와 마르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예수님은 손님을 대접하기에 분주한 마르다 보다 그의 말씀만 들었던 마리아를 칭찬하십니다. 물론 말씀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향해 나가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생명의 말씀을 놓치면 세상의 말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겁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라는 선생님의 속삭임은 들을 것이 많고, 들리는 것이 쏟아져 오히려 갈팡질팡하는 한국 교회를 향한 생명의 소리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어령 선생님은 함께 걸으라고 합니다. 생명의 말씀을 들은 이들이 나아가야 할 삶의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걷는 것의 유익을 속삭입니다: “걸음이 창조하는 것은 자동차를 스쳐 가거나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본 추상의 땅이 아니에요. 걷고 걷다 보면, 우리는 인간은 없고 식물과 동물만 있던 황량한 지구의 공간까지 이를 것입니다. 무기물과 유기물이 어우러지며 생명의 순환을 통해 이 땅의 흙이 만들어 내는 역사 속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P. 134-35) 예수님도 사마리아를 걸으시면서 가르치시고 치유하셨고,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까지 평생 멈추지 않고 걸으셨습니다. 걸으며 사랑하시고 영생의 길을 보여 주신 겁니다. 그렇게 예수님은 길이 되신 겁니다. 걸으라는 선생님의 메시지는 홀로 앞서가는 것이 미학인 시대를 사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따스한 생명의 길입니다. 우리 교회도 예수님처럼, 함께 생명의 양식을 먹고, 함께 생명의 말씀을 듣고, 함께 생명의 길을 걷는 것은 어떨까요?

행복한 목사 김형중 드림 Copyright 2023 by Hyung Joo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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